개인/이야기

철학과 나 - 2(「메논」과 소크라테스)

첫 만남

그리스 절세미남(false), 소크라테스

나를 철학의 길로 인도한 소크라테스.

 

철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그의 어록 중 하나인 "너 자신을 알라"와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알았다.

이후, 교양과목을 통해 플라톤의 저서, 「메논」을 읽으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메논」은 탁월함이 가르쳐질 수 있는지에 대해 메논이 소크라테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된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이 글에서는 내가 「메논」을 통해서 알게 된 "소크라테스가 왜 훌륭한 철학자인가?"에 대해 써 볼 예정이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자

갑작스럽긴 하지만 만약 내가 당신에게 '탁월함'에 대해 묻는다면 명료하게 답할 수 있겠는가?

일상생활에서도 '탁월함'은 자주 등장하기에 그다지 어려운 명제가 아닐 것이다.

고로 보통의 경우라면 '탁월함'과 관련된 것들을 나열하여 답할 것이다.

가령, '뛰어나다', '이롭다', '선하다', '정의롭다' 등을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안에서 자타공인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 소크라테스 본인도 철학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그의 제자 ― 플라톤에서부터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3세까지 이어지는 ― 또한 철학사를 넘어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되었다.

그럼 소크라테스는 '탁월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지 않을까?

 

한 번, 두 번, 세 번 말해줘도

소크라테스가 메논의 "탁월함은 가르쳐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며 - 

"난 탁월함이 가르쳐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가르쳐질 수 없는 것인지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실은 탁월함 자체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전적을 알지 못하니까요." 
사실 나 역시, 메논, 나 역시 그런 처지에 있네.

결론은 소크라테스도 "몰라요".

아니 그렇게 현명하다고 알려진 사람이 '탁월함'에 대해 알지 못한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소크라테스는 물론 중요한 것을 알고 있다.

바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말이다.

이는 당시 소크라테스만 알고 있던 진리였다.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명제에 대해 물어보면 명제가 쉽든 어렵든 그냥 모른다고 한다.

그야 당연한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데 어떤 명제가 오든 간에 그 답을 어떻게 내놓겠는가.

 

그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게 소크라테스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이유라고 주장할 셈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이것이 소크라테스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데에 큰 이유로 작용하며,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하는 방법에도 활용된다.

 

소크라테스 문답법

보통의 철학자들은 저서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표출한다.

그럼 그렇게 위대한 소크라테스는 얼마나 놀랍고 뛰어난 책들을 써왔을까?

그런 소크라테스는 생애 0권의 책을 써왔다.

 

"?"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린 위에서 소크라테스는 본인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만약 당신이 양자역학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쓰라고 하면 쓸 수 있겠는가?

근데 또 이래서 책을 안 쓴 것은 아니다.

그냥 소크라테스는 독서를 좋게 보지 않았다.

 

그럼 소크라테스는 어떤 방식을 통해 철학을 했을까.

정답은 문답법이다.

말 그대로 물어보고(問), 답하는(答) 형식의 대화 방법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철학을 하고자 했다.

그런 그에게 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저 일방적으로 글을 읽기만 하는 독서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누군가와 나눈 대화는 (감사하게도)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에 의해 기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내가 읽었던 「메논」을 읽은 사람은 또한 '플라톤 대화편'에 속한 저서 중 하나이다.

 

메논이 탁월함에 대해 "좋은 것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소크라테스는 메논이 "좋은 것"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해 질문한다. 이 질문에 메논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금과 은뿐만 아니라 나라에서 수여하는 명예들과 관직들) 그와 같은 것 전부를 좋은 것이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메논이 재물, 명예, 관직과 같은 것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탁월함이라 주장하였고
소크라테스는 여러 부연 설명 끝에 아래와 같이 말한다.

"그런데 금과 은을 획득하는 것이 정의롭지 않을 때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 획득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비 획득 또한 탁월함이 아닌가?"

이에 메논은 "당신 말씀대로일 수밖에 없다고 전 생각합니다."라 하며
'획득'만으로는 탁월함을 정의 내릴 수 없음을 수긍한다.

 

메논은 소크라테스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소크라테스가 끌어들인 '획득'과 '좋은 것'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탁월함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렸다.  (위의 대화 이전에 메논은 '훌륭한 것을 욕구하는 것'을 탁월함이라 했다. 소크라테스는 '훌륭한 것'과 '욕구하는 것'에 대해 메논에게 다시 물었으며, 메논은 욕구하는 것은 그가 갖게 된다는 것, 결국 '획득'이며, '훌륭한 것' 또한 결국 '좋은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다시 그 답에 대한 모순을 찾아 지적했고 그가 낸 답이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다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전에 생략된 내용에서 여러 차례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에서 제시한 예는 「메논」을 읽은 사람, 그러니까 전후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때문에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내 나름의 방법으로 축약했고, 그것이 아래에 있는 대화이다.

(S가 소크라테스, Q가 그에게서 해답을 구하려는 사람이다)
Q - "친애하는 소크라테스, A는 무엇입니까?"
S - "나도 모르네만,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Q - "A는 B일 테죠."
S - "B는 C로 설명되는 것인데, B가 A라면 A는 C인 것인가?"
Q - "제 생각도 같습니다."
(C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S - "그럼 C는 A라고 할 수 없지?" 
Q -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S - "그러면 A는 B가 아닌 거 같네만."
Q - "맞습니다."
S - "그러면 B의 반대가 A일 수 있지 않은가?"
     "B의 반대는 D인데, 그러면 B의 반대가 A이려면 D와 A는 같아야 하지 않겠나?"
Q - "정말로 그럴 것 같습니다." 
(D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S - "결국 B의 반대로 말해지는 D가 A와 동일시될 수 없겠네" 
Q -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

S - "그럼 우리는 A가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상태지?"
Q - "맞습니다."
S - "그럼 우리는 A 그 자체에 대해서 더 깊게 탐구해야만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네" 
Q - "물론입니다."

질문자가 나름 명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더라도 소크라테스는 그 해답의 모순을 지적하며, 명제와 관련된 다른 요소들을 가져와 다시 질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선 "너도 모르지 그렇지?"를 시전 한다. 이어서 "더 공부해야 알 수 있을걸?"이라 말하며 질문자에게 끝내기 기술을 선보인다.

 

그대가 보기에는 어떠한가.

보는 사람에 따라 답답함을 느낄 수 있고, 소크라테스가 대답하기를 피하는 겁쟁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메논이 소크라테스와 대화하면서 점점 더 난관에 빠지자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제가 보기에 당신께서는 외모나 다른 측면들에 있어서 전적으로 바다에 사는 저 넓적한 전기가오리와 아주 비슷합니다. 왜냐면 이것 역시 접근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항상 마비시키지만, 제가 보이에는 당신께서도 지금 제게 그와 같이 뭔가를 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메논도 위와 같은 대화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는지, 그와의 대화를 전기가오리에 의해 마비되는 것 같다고 말했으니 그대가 답답하게 느끼는 것도 정상일지도 모른다. (외모와 비유한 것은 소크라테스를 위해 넘어가겠다)

 

서로 남을 게 없어 보이는 이 대화를 통해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얻고자 또는 알리고자 했을까?

 

"자네 자신을 알도록 하게"

메논이 소크라테스에게 물었다.
"제게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소크라테스? 탁월함은 가르쳐질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가르쳐질 수는 없고 수련될 수 있는 것입니까? 아니면 수련에 의해서나 배움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본성적으로 사람들에게 생기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생기는 것입니까?"

 

위의 질문에서는 많은 것이 담겨있다.

그 당시에 수많은 교육자와 철학자들이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메논의 질문을 다시 봐보자. 메논에 질문에선 어떠한 잘못된 전제가 깔려있다.

바로 '탁월함'에 대한 전제이다.

저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자신이 '탁월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런 질문이 당시 아테네 사람들 사이에서 화두였다는 점이다.

결국 그들 모두 '탁월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저런 것을 궁금해했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아는 소크라테스는 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탁월함'에 대해 탐구하기도 전에 그것이 어떻게 생기는지 논쟁을 벌이던 그들을 보며 말이다.

그들이 아무리 어떻게 생기는지 탐구해봤자 명확한 답이 나올 리가 없다.

'탁월함' 조차도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아테네 만연에 깔린 이런 생각,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따위의 생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는 자신만이 가진 진리 '무지'를 퍼뜨리고자 했다. 본인만의 방법인 문답법을 통해서.

그는 지식인들을 만나거나 제자가 질문을 해올 때면 문답법을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닫게 했다.

 

소크라테스와의 대화를 통해 점점 미궁에 빠진 메논이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저는 수만 번이나, 또한 많은 사람들을 향해 탁월함에 대해 수많은 말들을 했고 그것도 썩 잘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무엇인지 전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메논」에서는 소크라테스는 위의 질문에서 '탁월함'이라는 소명제를 발견해 끄집어내었고 그것을 메논에게 물었다.

메논은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자신 있게 대답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와의 문답을 거듭하며 결국 그는 '탁월함'에 대해 그 무슨 말도 뱉을 수 없게 되었다. 

'탁월함'에 대해 자신 있던 메논이 오히려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인 것이다!

 

아래의 구문은 이야기의 마지막, 소크라테스가 이전까지 진행된 추론을 정리하며 한 말 중 일부이다.

"탁월함은 어떤 방식으로 생기는 가에 앞서 먼저 탁월함 그 자체가 그 자체에 있어서 도대체 무엇인가를 탐구하도록 노력할 때 비로소 그것에 관해 확실한 것을 알게 될 걸세"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근본적으로 문제에 다가가는 방법을 새롭게 제시한다.

"탁월함은 가르쳐질 수 있는가?"를 먼저 탐구하는 것이 아닌, '탁월함' 그 자체에 대해 먼저 탐구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탁월함'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데, '탁월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탁월함'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그것이 어디로 온다고 주장하든 간에 추론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다른 철학자들이 '탁월함'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만하여 잘못된 판단을 할 때, 소크라테스는 홀로 '무지'라는 진리를 가진채 '탁월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현명한 사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제야 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이 왜 소크라테스를 현명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인지 알겠는가?

 

내용을 마치며

소크라테스를 통해 나는 무지 상태임을 깨닫게 되었다.

무지는 無(없을 무), 知(알 지).

그러니까 아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걸 지금 설명하는 게 좀 이상한 듯 하지만)

 

무지 이게 무지?

아 달달한 그거? 단무지?

이런 무지 말고

 

기본적인 요소마저도 깊게 탐구해야 할 대상임을 알고 있는

그런 올바른 무지.

 

무지 상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워도 배워도 항상 배움을 갈망하여 미래로 나아갈 줄 아는 사람.

내가 조금 더 잘 안다고 교만하지 않고 남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

어떠한 문제를 대충 넘기는 것이 아닌 세부적으로 검토해나가며 해결할 줄 아는 사람.

이전에 배웠던 것이라 자만하지 않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할 줄 아는 사람.

 

이 또한 나에게 내려진 과제 이리니..

열심히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파이팅..

아자아자..!

 

문답법도 잘 활용하고 싶다.

소크라테스가 그들의 무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처럼,

내가 가진 것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깨달아갈 수 있도록 잘 유도해주는 것이 200% 도움이 될 테니까.

 

21세기 소크라테스 자리 비었으면

내가 하고 싶다.

 

내용이 더 산으로 가기 전에 오늘 글은 여기까지.

다음 철학자는 데카르트로 정했다.

그럼 다음 글로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