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야기

중학생 시절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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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1년을 맞이하여 성인이 되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프로젝트와 공부를 하고 있고 결과물은 계속해서 생기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길을 잘못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되는 회의감과 피곤함이 쌓여가기만 했다. 어째서인지 생각해보려 해도 원인이 잘 떠올려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 길의 시작점인 중학생 시절로 까지 돌아가게 되었다.

성인이 된 김에, 생각도 정리할 겸 지금까지 있었던 추억들과 느낀 점 같은 것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중학생

입학 당시

2015년, 중학교에 입학한 해이다. 초등학생 기간 내내 태권도 관장님을 꿈꿔왔지만 이내 6학년 때 태권도를 그만두면서 어떠한 진로의 계획도 가지지 못한 채 중학생이 되어버렸다. 사실 태권도는 좋아서 한 게 아니다. 어머니가 직장에서 근무하시는 시간보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더 빨랐고, 그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태권도 학원에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태권도 학원을 다니면서 태권도 관장님을 꿈꿔왔던 건 어찌 보면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으니까"였던 것 같다.

 

아무튼 아무런 계획없이 진학한 것이 문제였는지는 몰라도 학업에 큰 흥미가 없었다. 성격 자체도 주어진 일이라도 내가 흥미 없으면 무시했다. 그러니 뭐든 대충 할 수밖에.

 

우연, 그리고 인연

학업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동아리에는 가입했어야 했다. 나로선 많이 난감했다. 동아리 목록을 계속 훑어봐도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가지기 힘들었다. 그래도 동아리 가입은 필수였기에 그냥 대충 그림 동아리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그림 동아리 가입 희망 학생들이 모이는 교실에 들어갔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았다. 결국 선생님은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탈락자를 추려나갔고 본인도 그때 탈락했다. 그래서 다시 동아리 목록을 보고 그나마 관심 있는 분야의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그때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났던 터라 갔던 동아리마다 사람이 꽉 차있었다. 그래서 충원이 필요한 동아리 목록을 다시 받았고 절망에 빠졌다. 정말 관심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아두이노 동아리", 솔직히 그땐 아두이노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돈이 안 든다는 이유로 무작정 찾아가 등록했다. 어차피 흥미도 없는데 대충 듣고 시간만 잘 보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의미 없는 수업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첫 동아리 시간이 찾아왔다. 그렇게 아두이노를 처음 만져봤는데 재미있었다. 평소 프로그래밍에 대한 동경이 있기도 했고 내가 입력한 명령 그대로 동작하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그것도 실물로 동작한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렇게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아두이노에 대한 흥미가 높아져만 갔고 어느새 학업은 제쳐두고 친구들과 노는 시간, 체육 시간, 동아리 시간만 기다리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되었다.

 

처음

그렇게 아두이노에 대한 관심이 깊어질 때 즈음 큰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지도 방식을 완전히 틀어버리신 것이다. 기초 교육까지는 직접 설명해주시고 모르는 부분, 헤매는 부분이 있으면 직접 도와주셨다. 그런데 어느 날은 미션만 주셨다. 예를 들어 "가까이 가면 부저 울리기", "입력한 수만큼 LED 점등하기" 같은 미션, 그리고 "실생활의 편의와 아두이노를 접목한 작품 만들기" 같은 미션을 주셨다. 너무 당황스러웠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학생인데 가르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이걸 내가 어떻게 하라고 따위에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궁극적으론 내가 이걸 이렇게 힘들게 까지 왜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고 그냥 포기하고 대충 찾아보는 척하면서 시간만 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아무 관련된 키워드나 조합해서 대충 검색하는 척하다가 우연찮게 많은 사진을 보게 되었다. 그중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사진이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지하철에서 진행했던 광운대학교 학생 분들의 전시회 사진이었다. 정말 대단한 작품들과 사진을 뚫고 나오는 선배님들 열정. 그 사진을 보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이제 겨우 공학이라는 큰 바다에 발도 채 못 담갔는데 작은 파도 하나가 무서워 다시 발을 빼려는 본인이 정말 부끄럽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이 도전 때문에 지쳐서 흥미를 잃을지라도 한 번쯤은 도전해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고 결국은 해냈다. 해냈을 때의 만족감, 성취감을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무언갈 이뤄보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 미션을 성공하고 나서 후련할 줄 알았는데 처음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생겨서인지 더 복잡한 심정이었다.

 

THE FINALE

아직은 확신이 들지 못해서 개발 분야를 진로로 선택하진 않았다. 그렇게 1학년을 보내고서 2학년 때는 아두이노 동아리가 개설되지 않기도 했고 다른걸 시도해보자는 의미로 제빵동아리를 했다. 제빵동아리를 하면서 정말 아두이노 동아리를 즐겁게 했구나라고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3학년, 작년의 끔찍했던 동아리 활동을 뒤로하고 동아리 담당 선생님께 부탁드려 아두이노 동아리를 재개설했다. 동아리 시간에 많은 것을 만들고 체험하며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3학년 졸업이 다가올 즈음 동아리 선생님과 흥미로운 대화를 하게 되었다. 바로 "해커톤"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연말에 해커톤 대회가 있으니 출전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출전하기로 했다.

 

그렇게 친구 3명과 함께 해커톤 준비를 시작했다. 친구들은 아직 실력이 충분하지 못했기에 개발은 모두 본인이 담당했고 아이디어 기획은 다같이 했다. 그렇게 사전 준비는 모두 마치고 단국대학교로 가서 해커톤에 참여했다. 제작하고 발표하고.. 다른 해커톤과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갔는데, 발표가 너무 힘들었다. 참여자 몇 십명과 심사위원을 앞에 두고서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너무나도 떨리고 힘들었지만 어떻게라도 해내기 위해 악착같이 연습했고 원래라면 피했을 본인이 일전의 일들로 인해 성격이 조금 바뀌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해커톤은 마무리되었고 운이 좋게도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의외의 소득도 얻을 수 있었는데, 참가팀 중 1팀이 특성화고였고 IT계열, 게다가 같은 지역인 의정부 소재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정부에 IT계열 특성화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셈이다. 그 팀도 드론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심도깊은 아이디어를 발표했고 관심이 가서 재미있게 발표를 들었다.

 

미래 계획

집에 돌아와서는 계속 그 특성화 고등학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업에는 큰 관심이 없고, IT계열에는 크게 관심이 생겼고,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그렇게 안한 건 아니고 1학년 때 생각이 바뀐 이후로 수행평가는 열심히 했고 봉사, 출결은 성실히 했기에 내신이 너무 나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특성화고에 진학하여 배우고 싶은 분야를 더 깊게 탐구하는 것이 더 의미있겠다 생각이 되었다. 그 고민을 계기로 미래를 그려보게 되었고 그 때 처음 임베디드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것,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임베디드 시스템이 정확히 내가 관심있어하는 분야라고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자라는 진로를 먼저 정했고 꿈을 빠르게 이루고 싶었기에 특성화고에 입학하여 빨리 관련된 직장에 취업하려고 했다.

 

그 후에는 특성화고에 입학하기 위해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도 써보고 면접도 준비하고 포트폴리오 자료를 정리하는 등의 노력을 했고 마침내 그 결실으로 합격 통보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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